조각보-현관가리개


풍수인테리어란걸 귀동냥으로 접해 들었다.
들어오는 현관 바로 앞에 거울이 있으면 복이 나간다.
거울은 현관 오른쪽에 있으면 명예가 들어오고, 왼쪽에 있으면 돈이 들어온다.
현관에 있는 노란색 소품은 돈을 모으게 하고, 파란색 소품은 낭비를 막는다..등등등...
나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얘기들...
그런데 문제는 우리집 현관의 거울에 있었다.
복 나간다는 현관과 마주하는 거울.
시공사는 무슨생각으로 그 거울을 벽에 딱 붙여놓은 것인지...우리집이 아닌지라 공사도 할 수가 없었다.
처음엔 노란 트레싱지를 쭉 붙여놓고 우리 가족의 사진을 붙여 놓았다.
우리의 행복한 시간을 추억하며, 우리도 그런때가 있었더랬지 하는 생각에 가끔은 행복해 질수 있도록.

보자기를 배우고 그곳에 붙여질 나의 조각보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돈을 부르는 노란색이라는데...그냥 막연히 노랑과 파랑을 주로해서 만들어야겠다는 컨셉이 잡혔다.
수를 배우기 시작하고 작은 습작을 몇개 완성한 뒤라 자수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때마침 접할수 있었던 자수문양이 있었던 책.
그 책안에서 나의 바램을 담을 수 있는 유물 도안을 발견했다.
한마디로 내가 바라는 것들이 다 들어간 종합 선물 세트.
옛 여인들도 한땀한땀 바느질 속에 그네들의 바램을 새겨 넣었던 거겠지...
금술 좋은 봉황 한쌍에 그 자식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불로초, 하늘을 날고 있는 박쥐는 재물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도안을 골라 천에 새기고 수틀에 맨 것이 햇살 좋은 봄이었다.
하지만 자수란 놈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이일 저일 내가 바느질이란 걸 온전히 할 수 없는 사정들이 있었고, 여름을 지내며 수틀에 꽂아둔 바늘엔 녹이 슬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름이 훌쩍 다 지나가 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수를 완성했고, 다 만들어진 조각보에 대한 기대감에 행복해 질수 있었다.

보자기를 만들때마다 머릿속에 떠 다니는 이미지를 나의 보자기 안에 온전히 가져다 놓지 못하는 아쉬움에, 뭔가 약간 모자라다는 느낌에 아쉬움이 많이 생기고, 이번 나의 조각보 역시 그들중 하나였지만...
나의 바램을 담으며, 거실 한가득 천들로 어지럽히며 이생각 저생각에 행복했었다.
나의 것이 하나 온전한 모습으로 생겨났음에 마냥 행복했었다.

우리집 현관 앞에서 우리 가족을 지켜주고 있었다.

by 서키야 | 2007/09/28 13:48 | ......만들어볼까?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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